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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들 컴 속에 IS가…

이기문·정경화·윤형준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1-20 11:00

청소년 유혹하는 IS… 부모들 “金군, 남의 일 아니다”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의 어머니 이모씨는 20일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요”라며 오열했다. 여행을 떠난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이슬람 무장 세력 IS(Islamic State·이슬람국가)와 그전부터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씨는 “전혀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이씨는 “평소 이슬람이나 IS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없던 아이의 컴퓨터에서 IS 관련 사진들이 발견됐다고 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제발 우리 아이 좀 찾아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에서도 IS와 접촉한 청소년이 나왔다는 사실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남일 같지 않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특히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이나 온라인 활동을 즐기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부산에 사는 차모(51)씨는 김군 사건 이후 아들 몰래 컴퓨터 검색 기록과 스마트폰 문자 내역을 뒤졌다. 차씨는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 아들을 둔 남모(46)씨는 “실종된 김군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외톨이처럼 지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남씨는 아들이 가끔 학교에 결석할 정도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다고 했다. 남씨는 “행여 내 아이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상식에 어긋나는 생각을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다들 ‘내 애는 안그럴 거야’라고 생각하시죠. 자녀와 대화해봅시다” “이번 기회에 아이와 소통을 더 해야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IS의 유혹에 대한 우려는 전 세계 부모들의 공통 고민이 됐다. 외교부는 “82개국 사람들이 IS에 가담하고 있으며, 아시아 가담 지역도 동남아 대부분 나라와 일본·중국까지 10여국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 세계 절반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 어느 날 자녀가 IS 가담자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는 부모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미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IS에 가담한 외국인은 15000명에 이른다.

작년 영국에선 터키 국경을 넘어 시리아의 IS에 합류한 17세 쌍둥이 딸을 찾으러 간 어머니 카드라씨가 IS5주간 구금됐다가 영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달엔 여러 대학에 지원했다 모두 낙방하자 IS에 가담한 영국 10대 소년 조너선 에드워드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부모들은 온라인 검색만으로도 IS 선전물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임모(48·경기 고양시)씨는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하는 아들이 IS 같은 단체에 노출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위터엔 ‘IS에 가입하고 성전(聖戰)에 대해 논의하려면 슈어스(surespot)을 통해 XX에게 문의하라’는 영문 글이 쉽게 검색된다. 온라인 비밀 메신저 앱인 슈어스팟은 대화 내용이 서버에 저장되지 않아 IS와 알 카에다 등이 애용하는 ‘테러리스트들의 네트워크’로 통한다. 김군이 슈어스팟을 통해 스마트폰 조작만으로 IS 가입을 의논했다는 점은 그래서 부모들에게 특히 충격적이다. IS와 같은 테러 집단이 부모는 커녕 국정원, 경찰도 알 수 없는 은밀한 루트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파고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실의 IS는 납치된 사람들을 참수하고 7세 소년을 시켜 외국인을 총살하는 극악한 만행을 일삼는다. 그들은 그러나 SNS상에선 자신들의 공동체를 ‘사회적 평등이 실현돼 낙오자가 없고 모두에게 물질적 보상이 이뤄지는 지상 낙원’으로 그린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사람들보단 현실에 불만이 많은 사회 부적응자들이 그들의 미끼에 걸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에 대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접근이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해 서정민 한국외대 중동
·아프리카학과 교수는 “우리도 이슬람 극단주의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게 드러난 만큼 서구 선진국처럼 테러방지법을 통해 자국민에게 위협이 되는 인터넷 사이트를 적극 차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회장은 “10대들에게 IS 등이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지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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